경적을 울려 주세요!
경적을 울려 주세요!
  • 오명하
  • 승인 2019.03.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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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호남안전신문]  칼럼= ‘개 팔자가 상팔자다’ 동행중 한분이 죽은 듯 길가에서 너부러져 잠자고 있는 ‘개’를 보면서 내 뱉는 말이다. ‘개’뿐만이 아니다. ‘소’도 대로변 한가운데를 유유히 걷고, 원숭이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골목 어귀에 서 있다. 이쯤 되면 사람이 원숭이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가 사람을 구경하는 꼴이다. 때로는 코가 길쭉한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길가에 나와 있고 간혹 염소들도 보인다. 생명 있는 크고 작은 동물들과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저 하고 싶은 데로 자유롭게 산다. 이곳에서는 동물보호법이 무색할 지경이다.

거리에는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때 묻은 옷과 모습은 남루하나 비루하게 보이지 않는다. 가난은 이들에게 절박한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눈빛이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토끼의 눈이다. 현지인의 말을 빌리면 모습은 초라하나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철저한 개인주의자 들이란다. 그리고 가난의 원인을 제도나 타인에게서 찾지 않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줄 아는 ‘자유인’이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이생에서 쌓는 숙업(카르마)의 결과로 내세에 환생한다는 힌두교의 가르침과 무관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까? 가난이 자존심을 잃게 하고 비굴함과 범죄로 이어지는 모습은 아니듯 하여 다행스럽다.

“사흘 굶고 담 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속담이 생각난다. 곳곳에서 목격되는 절대빈곤층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국민을 4계급으로 나누는 인도의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최하층에 속하던 ‘수드라’계급은 불가촉민(不可觸民)이었다. 이 제도는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나, 여전히 카스트에 의한 차별이 존재하는 듯하다. 일행 중 한분이 우리나라의 공정사회를 외치는 분들의 연대를 반쯤만 수출했으면 좋겠다는 ‘기특한’ 발상을 하여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인도의 거리는 사람, 인력거, 오토바이, 오토릭샤(Auto Ricsaw:오토바이 엔진으로 움직이는 3륜자동차), 승용차, 화물차가 뒤엉켜 있다. 도저히 옴짝달싹 움직일 수조차 없다. 자동차들은 백미러가 없든지, 있어도 뒤쪽으로 재껴두었다. 귀청을 찢는 경적소리, 오직 경적으로 저라는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화물차량 뒤에는 ‘BLOW HORN’- 경적을 울려주세요ㅡ라는 글자가 버젓이 적혀있다. 그 속뜻은 경적을 울려주면 당신이 먼저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의미와 미안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배려와 수용, ‘똘레랑스’ 관용의 참모습을 이곳에서 본다. 먼저 가고 싶은 사람이 경적을 크게 울리고 비켜주면, 유유히 빠져나가면 된다.

델리의 구시가지(Old Deli)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에 차선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차선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으니 차선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그런데도 10여일 머무는 동안 교통사고를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었다. 머리를 먼저 들이민 사람이 우선이다. 누구나 그 사람을 탓하려 하지 않고 힘 있는 교통수단이 스스로 양보하며 비켜서 간다. 승용차가 오토릭샤를 비켜가고 오토릭샤는 인력거를 비켜간다. 조금만 불편해도 멱살잡이에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속이 시원한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질서는 배려하는 마음 입니다. 배려는 인내심 입니다” 서울의 명문대학에서 15년 동안 유학을 한 현지 안내인의 말이다. 멱살잡이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허물을 감싸 안고 양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양보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자기성찰의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처음엔 말 같지도 않은 개똥철학이라고 내쳤다. 그러나 곱 씹어보면 이미 그들은 스스로 규제하며 유지되는 삶의 한 방법을 체득하고 있었다.

인도는 불교국가가 아니다. 인도인의 83%가 힌두교도다. 힌두교의 사상인 힌두이즘은 종교가 아니라 생활의 지혜이고 카르마(karma, 행위, 숙업)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삶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다양성과 철학의 나라 인도에서는 '명문화 되지 않은 것을 모두 허용(negative system)'하는 무한 긍정의 자발적 질서가 그들의 문화이고 발전의 원동력이라고도 말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것은 자유스럽다. 문득, 명문화 되어있지 않은 모든 것이 불법(positive system)인 ‘규제 천국’ 대한민국이 생각난다. 대통령은 규제철폐를 말하여도 행정부는 따로 국밥집, 창의성은 주저앉고 기업은 외국행, 일자리 확대는 국민세금으로 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기업이 경적이 울려도 요지부동인 셈이다.

세계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21세기에 인도는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3대강국으로 꼽는다. 풍부한 인력, 경쟁이 보장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전통, 영어사용능력과 더불어 매사에 긍정적인 국민성도 그 이유 중에 하나다. 아직은 해결해야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한 나라지만 그 가능성은 확실하다는 것을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뾰쪽하게 새싹이 움튼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부드럽게 내 몸을 감싼다. 꾀 벗은 채 몸을 맡긴다. 봄 내음이 난다. 아!! 살 것 같다. 세월에 굳은 뼈 마디마디가 하나 둘씩 녹아내린다. 여행은 석회화 되어버린 감성을 녹아내리게 하는 마법인 듯하다. 내일은 새벽을 재촉하여 죽음으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랑을 찾아 ‘타지마할’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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